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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크: 연결
    Gepetto 2022. 1. 15. 21:38


    제페토의 경우, 코어는 확실했다. 수많은 더미를 세우더라도 결국 그것들은 꼭두각시라 본체의 통제 아래 있었다. 위계는 분명했고 그만큼 한계도 명확했다. 사람의 두뇌가 한 번에 제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감각의 양이란 무한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페토는 단탈리안의 링크가 간섭할 때의 감각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무서웠던 게 맞습니다."

    훈련장 한가운데 드러누워 제페토가 말했다. 한데 올려 묶은 머리타래에서 빠져나온 잔머리는 송글송글 맺힌 땀에 젖어 뺨에 달라붙어 있었고, 목덜미에서는 맥박이 펄떡거리는 게 눈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뭐가 무서웠습니까?"

    그에 비해 비교적 멀끔한 상태인 단탈리안이 되물어주었다. 그는 제페토와 그가 만들어내는 더미를 링크로 연결해 지각을 확장시키는 중계기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면 제페토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더미 하나하나가 노드가 되어 전황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폭증시키는 것이다.

    "연결된 감각이요. 처음 공유해주셨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제가 그때 아마 '기묘'하다고 했을 겁니다. 제 더미들과 다른 느낌이라고."

    "아……."

    소위가 흐릿한 미소만으로 답을 대신하자, 제페토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그건 단탈리안이 아니라 탄이 해 줬던 거였지. 기억한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일 테다. 그렇지만 그가 제페토 앞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역시 그럴 수 없는 일이 된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생각하는 게 뻔히 보이는 하늘색 눈동자가 잘게 흔들리자 소위가 대신 말을 돌려주었다.

    "여전히 무섭습니까?"

    제페토는 습관적으로 또 반사적으로 '무섭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했다가 … 그 발언을 철회했다.

    무섭습니다. 소위님. 통제권을 잃은 컨트롤타워는 무용하니까요. 집을 잃어버린 소라게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확장된 감각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건 역시 제 링크가 아니라 남의 링크라서일까요? 소위님은 두렵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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