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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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and snowTitania 2022. 4. 24. 16:25
아이나르는 성 안의 길을 따라 비질을 하다 말고 허리를 폈다. 손잡이 끄트머리에 손깍지를 껴 짚고 거기 턱을 얹으니, 산등성 위까지 내려앉은 무거운 눈구름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떠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몇 주간은 볕을 보기가 요원하다는 사실을 이젠 그도 잘 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앞에 멈췄다. 아이나르는 자세를 고치지 않은 채로 시선만 내려 제 앞에 선 이를 응시했다. 푸른 눈과 금빛 눈이 마주쳤다. 티타냐는 긴 속눈썹 한 번 팔락이지 않은 채로 한참 아이나르를 바라보다 그가 자세를 바로했을 때에야 입을 열었다. “따라와. 골짜기에 갈 거야.” 아이나르는 잠자코 빗자루를 내려놓고 티타냐의 뒤를 좇았다. 티타냐의 보폭에 맞춰 또 바닥에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했다. 티타냐가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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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 그때 그 후에Titania 2021. 3. 27. 18:49
통과의례(본편):erudo.tistory.com/32 ▶BGM 일러두기 1. 해당 로그는 본편격인 로그 '통과의례'에서 못다 푼 과거회상으로써 일러두기 2. 동맹혼관을 바탕으로 시기만 따졌을 때에는 엔딩 후 약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을 그렸음. 티타냐는 노를 저어오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달빛도 별빛도 비와 구름에 가려 형편없는 시야였으니 그저 검게만 보이는 인영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가 들고 오는 등불의 빛은 바닷바람이 일 때마다 파르락거리며 꺼질 듯, 말 듯 불안하게 타올랐다. 티타냐는 거기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찬연한 빛은 오히려 사람의 눈길을 붙잡아두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그 누가 태양이 떨어질까 걱정해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반면에 당장이라도 꺼질 듯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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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의례Titania 2021. 2. 17. 18:29
▶BGM 일러두기 1. 해당 로그는 동맹혼관을 바탕으로 엔딩시점에서 약 16년 뒤의 시기를 그렸음. 일러두기 2. 해당 로그는 과거 회상격 외전이 딸려있음. 훈훈한 수증기가 욕실을 가득 채웠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아이들의 움직임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드는 찰방거리는 소리와 식은 물을 다시 덥히기 위해 온수를 쏟아붓는 콸콸거리는 소리, 그리고 웅웅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하인과 하녀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까지 엉키니 제법 야단스러웠다. 티타냐는 욕실 바깥에서 그 소란을 엿들었다. ‘아, 형!’ 둘째 제리코가 첫째 라비에게 짓눌리기라도 했는지 투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라비는 페트라를 닮아 원래도 체구가 또래보다 좋았고 빠르게 자랐다. 하녀가 둘을 떼어놓은 건지 아니면 막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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