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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and snowTitania 2022. 4. 24. 16:25
아이나르는 성 안의 길을 따라 비질을 하다 말고 허리를 폈다. 손잡이 끄트머리에 손깍지를 껴 짚고 거기 턱을 얹으니, 산등성 위까지 내려앉은 무거운 눈구름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떠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몇 주간은 볕을 보기가 요원하다는 사실을 이젠 그도 잘 안다.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앞에 멈췄다. 아이나르는 자세를 고치지 않은 채로 시선만 내려 제 앞에 선 이를 응시했다. 푸른 눈과 금빛 눈이 마주쳤다. 티타냐는 긴 속눈썹 한 번 팔락이지 않은 채로 한참 아이나르를 바라보다 그가 자세를 바로했을 때에야 입을 열었다. “따라와. 골짜기에 갈 거야.” 아이나르는 잠자코 빗자루를 내려놓고 티타냐의 뒤를 좇았다. 티타냐의 보폭에 맞춰 또 바닥에 발자국이 찍히기 시작했다. 티타냐가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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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과 추가근무와 리넛과 엣킨슨Renisia 2022. 4. 14. 16:14
더보기 리넛은 뒤집히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성년자에게도 있는 사회적 인생을 사수하기 위해 한 손으로 입을 막고 가늘게나마 심호흡하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그렇게 리넛이 다른 한 손으로 레니샤의 팔을 붙잡고 스스로를 수습하는 동안, 레니샤는 누군가와 빠르게 얘기를 마쳤다. 할 말을 끝낸 레니샤는 자길 잡고 있는 리넛의 손을 떼어 내 다른 사람에게 붙여주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잠깐… 잠깐만요…. 리넛이 속으로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난데없이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있게 된 리넛은 사위를 분간할 수 있게 되자마자 손을 떼며 사과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당황하셨죠…. 그 순간으로 말하자면 레니샤가 서 있던 자리를 보던 이사야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저택을 강렬하게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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